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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가게도 웃는 '마수걸이 기부'

  • 중앙일보
  • 2013-10-07
  • 조회수 949

김해서 '첫손님 가게' 나눔 확산
고객 명의로 독거노인 등 지원
'착한 업소' 소문에 단골도 늘어
100호점 돌파 … 5000만원 모금

‘첫손님 가게’로 가입한 경남 김해시 어방동 놀부보쌈 어방점에서 6일 안창우 사장(뒤)과 생명나눔재단 공은정 간사가 첫손님 가게 안내문을 식당 내부 벽에 붙이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경남 김해시의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 사이에 ‘기부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 의사와 음식점주 등이 한 달에 며칠을 정해 그날 첫 고객 매출을 기부하는 ‘첫손님 가게’에 잇따라 가입하고 있는 것. 첫손님 가게는 올 2월 1호점이 생기고 7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100호점을 넘어섰다.

 첫손님 가게는 김해 지역 시민자선단체인 ‘생명나눔재단’이 아이디어를 내 시작했다. 운영 방식은 이렇다. ‘첫손님’은 가게에서 계산을 할 때 ‘빈곤아동’ ‘홀로 사는 노인’ 등 돕고 싶은 부류를 지정한다. 가게는 한 달간 첫손님 매상과 고객 희망 기부처를 모아서 생명나눔재단에 보낸다. 그러면 재단은 고객 희망에 따라 기부를 하고, 구체적인 내역을 손님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통보한다. 기부 영수증도 발급한다. 재단 측은 “가게는 재료비·인건비 등을, 손님은 덧붙는 마진을 내놓는 ‘함께 기부’를 생각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에 며칠치 첫손님 매상을 기부할 것인지는 업주가 사정에 따라 정한다. 고객 1인당 매출이 큰 병원이나 카센터 같은 곳은 ‘매달 첫 수요일’ 식으로 월 1~2회가 많고, 빵집 같은 곳은 보다 여러 날 매상을 기부한다. 업주가 큰 부담을 갖지 않도록 기부금은 월 20만원 이하로 정했다.

 가입 대상은 신청받기도 하고 생명나눔재단이 직접 다니며 모으기도 한다. 가입 조건은 까다롭게 했다. 이용객 평을 살펴 불친절하다고 소문난 곳은 받지 않았다. 음식점은 전문가들의 맛 평가를 거쳤다. 재단 공은정(34) 간사는 “첫손님 가게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부문화 확산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동참하고 싶다’는 곳이 줄을 이었다. 음식점을 비롯해 병원·안경점·제과점·카센터·커피전문점에 법무사사무소까지 가세했다.

 첫손님 가게는 단골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정미선(31·에어로빅강사)씨는 “처음 갔을 때 레스토랑 식사비 5만원을 내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같은 레스토랑에 자주 가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히 국밥집에 들렀다가 1만9000원을 기부한 전인엽(44·자영업)씨는 “이제는 뭔가 살 때 ‘착한 업소’인 첫손님 가게인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김해 어방동에서 첫손님 가게(놀부보쌈)를 운영하는 안창우(49)씨는 “첫손님에게 안내서를 보여주고 설명하면 ‘기분이 좋다’며 1만원을 더 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업주가 인근 점포에 가입을 권유하기도 한다. 나라자동차정비공장 박수현(39) 대표는 최근 인근 렌터카·자동차정비업소를 하나씩 동참시켰다. 박씨는 “기부를 할 수 있고 가게 이미지 역시 높일 수 있어 잘 아는 이들에게 소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첫손님 가게를 통해 이웃을 도운 손님은 1946명. 기부금은 5000만원을 넘어섰다. 생명나눔재단 안진공(52·치과병원장) 이사장은 “김해에서 첫손님 가게 운영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